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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 전에 사과 말씀 먼저 드립니다. 메일 발송 날짜를 착각했어요... 원래 저번 주에 발송되어야 했는데, 이번 주 금요일인 줄 알고 멍때리다가 이제야 보냅니다... 다음 글부터는 제대로 보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2/5~9까지 학원에서 워크샵으로 베트남 다낭에 다녀왔다. 작년 2학기 내내 고명철 선생님께 베트남에 대해 세뇌(?)당한 터라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부터 숙소에서 잠들기 전까지, 여행 도중 은연중에 고명철 선생님 생각이 계속 들었다. 2학기 고명철 선생님의 수업을 2개 들었는데, 2개 수업 다 세계문학을 가르쳐주시겠다고 하시고는 거의 학기 내내 베트남의 전쟁 상처에 대해 알려주셨다. 프랑스부터 시작해 일본으로 이어진 식민지 경험과 남북전쟁(월남전)까지 그들이 받은 상처에 대해 우리에게 주입해왔다. 우리가 여행 간 다낭은 남북전쟁 당시 한국군이 최초로 상륙한 지역이라 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그 수업을 듣기 직전 워크샵 장소가 다낭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들었던지라 마음이 이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고명철 선생님의 말씀과 내가 경험한 다낭의 베트남 사람들은 차이가 너무 컸다. 가이드님이 말씀해 주신 것과 내가 목격한 사람들의 모습은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내가 만난 외국인들 가운데 가장 한국어를 잘했다. 심지어는 영어는 못 알아듣고 한국어를 알아듣는 사람들도 봤다. 한식당에서 밥 좀 더 달라고 짧은 영어로 ‘라이스 플리즈’라고 했더니 엥? 하는 표정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밥...’이라고 한국어가 튀어나오자, 그 종업원은 밝은 표정을 짓더니 밥을 가져다줬다.
물론 내가 본 모습은 자본주의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 자본주의적 사람이라니 많이 모순적인 말인가. 난 모르겠다. 자본주의적 모습이 아니라면 젊은 층은 전쟁 경험이 없다 보니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그 전 세대에 비해 나아진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마주한 베트남 사람들은 거의 젊은 층이었으니 진짜 모르겠다. 학교에서 수업 들을 때도 ‘뭔가 이상한데’라는 생각을 꽤 자주 해 이번 워크샵에서 그 궁금증들이 해소될 줄 알았으나 뭔가 크게 잘못됐다.
또 한 가지 크게 충격받은 모습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로 이동할 때까지 까먹고 있던 사실이다. 버스 창밖으로 보인 공산당 깃발(낫과 망치)을 보고 그제야 ‘맞다. 여기 사회주의 국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느 사회주의 국가든 마찬가지겠지만(그들의 이념은 그렇지 않다고 해도), 빈부격차가 꽤 심한 듯 보였다. 베트남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는 오토바이가 아주 많은 도로가 떠오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고, 실제로 본 모습도 그랬다. 그 이유는 베트남의 세금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자동차가 베트남에 들어가면 정부에서 매기는 세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사람들이 비교적 저렴한 오토바이를 많이들 탄다고 한다. 그런데, 호텔에 내리자마자 본 차를 캐딜락 사(社)의 에스컬레이드 모델이었다. 기본 모델이 한국 기준 1억 6천만 원 정도 하는 차를 사회주의 국가에서 보니 기분이 묘했다. 뉴스에서 북한 집권층이 벤츠를 타고 다닌다는 것을 본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베트남 사람들의 자본주의적 모습과 조금은 겹쳐보이기도...
여행 이야기도 조금 하자면 일단 재밌었다. 항상 처음 가보는 장소는 설렘을 주고 그 설렘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물론 그 설렘과 그 감정이 여행이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까지 지속되면 문제가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