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1박 2일간 평택으로 여행 다녀왔다. 주목적은 사진 촬영이었다. 평택에서 빌린 렌터카의 앞바퀴가 펑크 나 있던 것만 아니었다면 더 여러 군데를 찍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여행의 모든 부분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그래도 찍은 사진들을 보정하고 보니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보단 실력이 조금은 늘어난 것 같다.
여행 전날 서울에 대설주의보가 떨어졌다. 여행지인 평택도 마찬가지. 안전 문자를 보자마자 여행이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눈 맞으면서 사진 찍는 것도 당분간 못 할 것 같았다. 그 눈 때문에 좀 고생하긴 했지만, 결과물은 잘 나와 다행이다. 사진 찍으면서 왜 사람들이 첫눈은 기다리고 설렌다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맞는 눈은 다들 입을 다물고 춥다고 짜증 내기만 하는지 궁금해졌다.
가끔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핸드폰 카메라 두고 왜 무겁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지. 기술의 발달로 핸드폰으로 찍어도 좋은 사진이 나온다. 근데 그건 전기 신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둘의 차이점은 렌즈가 빛을 담은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부터 다르다. SLR 카메라는 렌즈를 통과한 빛이 그대로 필름에 닿아 기록된다. 핸드폰 카메라는 렌즈를 통과한 빛이 이미지 센서를 통해 전기 신호로 변환된다. SLR 카메라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 사진을 찍을 당시의 빛과 시선을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발달하더라도 옛날 것이 좋을 때가 있다.
찍을 당시의 빛을 그대로 담아가면 그때 느낀 감정과 감각들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지나가 사라진 줄 알았던 기억과 순간이 인화지에 모습을 드러낼 때 희열을 느끼는 것을 보면 가능할 것 같다. 찍을 때는 ‘이게 잘 찍히고 있나.’, ‘구도는 괜찮나.’, ‘빛은 제대로 들어오고 있나.’, ‘대충 이 정도 셔속(셔터 속도) 면 이렇게 나오겠지.’ 등 많은 걱정과 함께 숨을 참는다. 그러다가 셔터를 누르면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참았던 숨을 몰아쉰다. 그렇게 적게는 24장, 많게는 36장쯤 숨을 참았다가 내쉰다. 현상소에 가져가기 전까지 느껴지는 불확실성 속의 기대감, 불안함 등의 감정을 음미해 보면 핸드폰 카메라로 찍는 것과는 다른 사진을 만날 수 있다.
물론 SLR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데는 돈이 좀 많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다. 카메라 자체는 중고품을 싸게 구했다. 렌즈 포함 5만 원.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제 필름을 사보자. 보통 내가 많이 쓰는 필름이 1만 5천 원~ 6천 원 정도 한다. 이제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지출이 정해진다. 나같이 매일 들고 다니면서 일상에서 보이는 모습을 찍으면 좀 많이 나온다. 물론 유통기한 지난 필름을 사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결과물은 복불복이긴 한데, 그것도 재밌다. 난 한 번 시도해 봤다가 완전히 망쳐서 그 뒤로는 안 하고 있긴 한데…. 그래도 재밌는 취미 생활이다. 필름 제조사마다, 같은 제조사라도 필름 모델마다 결과물이 다르게 나오는 것도 고려한다면 더 재밌지 않을까.
맞다. 나 지금 이 글 읽는 사람들 꼬시는 거다. 다 같이 필름 사진 찍으러 떠나보자. 아 근데, 일회용 필름 카메라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거 조리개 조절 못 해서 빛이 제대로 안 들어올 때 많다.